오전에 라디오를 듣는데 각 지역별 만남의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신촌에는 독다방이 있었는데 사실 내 세대는 독다방은 문을 닫고 공사중이었던 기억 밖에 없고 거리 가운데 쯤 위치했던 파파이스 앞에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더랬다.
사실 지금도 누군가와 만남을 정하고 기다릴 때면 일 때문에 하는 약속이 아니라면 굳이 먼저 일정을 확인하지도 별도로 연락하지도 않는 편이다. 그냥 정해진 약속시각에 약속된 장소에 나가서 기다릴 뿐이다.
이런 기다림의 시간이 낭만이었다고 말하는 라디오를 들으며 낭만이 뭘까 생각해본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게 낭만인걸까? 아니면 휴대폰 문자나 전화가 아닌 아날로그로 남겨진 시간, 장소 알림이 낭만적이라는걸까?
약속이란건 그냥 했으면 그대로 지키면 되는건데 그걸 굳이 확인하고 1분, 1초라도 변경이 생기면 확인하고 하는게 좋은건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상대가 늦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기다릴 수 있는만큼 기다리고 기다리기 어려울 때면 자리를 뜨면 되는 일인데. 상대가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는거고 무슨 일이 생길지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내가 기다려준 만큼 상대도 날 기다려줄 수 있을테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거지. 사람에 따라 기다릴 수 있는 여유의 폭도 다를테니까.
낭만이라고 하는게 여유가 사라진걸 굳이 좋게 추억하는 표현이 아닐까 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덧, 정말 아주 가끔 약속을 잊는 사람이 있다. 한참을 기다리다 연락하면 잊었을 때가 있다. 선택은 두가지다. 그 상대와는 다시는 약속을 잡지 않거나 그 상대와 약속 했을 때는 무조건 며칠 전부터 알려주는 것. 지금의 시대는 다들 미리 연락하고 확인하는게 덕목인 시대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굳이? 이다.